오랜만에 옛 선배의 묘를 찾아갔더니
그 선산을 중장비로 파헤치고 있었다
이리저리 연결해서 미망인 형수와 이십몇 년만에
통화를 했는데 문중에서 산을 팔았다고
공원묘지로 옮겼다고 했다.
죽은 사람의 새 주소를 받아적었다.
늘 호젓하던 후배 10주기라고
어느 시립공원묘지에 혼자 갔는데
납골당 그 유골단지에 그 부인 이름까지 씌어있었다
4년 전에 세상 떴다 적어놓았다
사진도 독사진에서 신혼여행 부부사진으로 바뀌었다.
지금도 저렇게들 웃고 있을까?
(······)
(······)
죽은 뒤에도 사람들은 살아간다
이사도 다니고 늦게 온 사람과 만나기도 하고
밀린 이야기도 나누겠지
우두커니 그 앞에 서 있다가 돌아서는 내 등에 대고
나직하게 물어보기도 한다.
괜찮으냐고
보이지 않는 삶보다 눈에 보이는 삶이 더
춥고 적막한 건 아니냐고
살아있는 사람들끼리는 차마 하지 못할
말이 있어서 오늘도 다녀가는 게 아니냐고
왜 그냥 가느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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