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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참 좋은-

진도 홍주 / 김선태

 

 

 

 

 

 

 

 

 

 

 

 

 

 

 

 

 

 

 

 

 

 

 

  진도 홍주를 마시다 보면

  몸속의 길이 환히 보인다

 

  간이역을 차례로 들러 느릿느릿

  종점에 도착하는 야간완행열차처럼

  목구멍-위-작은창자-큰창자-방광으로 내려가는

  구불구불한 길이 차례로 들여다보인다

  중간에 대동맥-소동맥-실핏줄로 퍼져나가는

  가느다란 샛길들마저 낱낱이 보인다

 

  진도 홍주에 취하다 보면

  역주행의 길도 환히 보인다

 

  밭일 마친 진도 아낙들 얼쑤절쑤

  흥타령 부르며 아리랑 고개를 넘어가듯

  방광-큰창자-작은창자-위-목구멍으로

  올라오는 비틀비틀한 길이 절로 들여다보인다

  홍주 속에 녹아들어 있는 진도의 길과 가락

  불타는 세방낙조까지 뜨겁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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