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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참 좋은-

몸은 가운데부터 운다 / 임인숙

 

 

 

 

 

 

 

 

 

 

 

 

 

 

 

 

 

 

 

 

 

 

 

  호수는

  가랑잎 하나 날아와도 가운데부터 운다

 

  병치레 잦은 나로, 애면글면하던 엄마는

  할머니가 집 떠난 틈 타 씨암탉을 고았다

  온다는 날보다 일찍 돌아온 할머니

  악담이 창호지를 뚫고, 작은 심장을 뚫어

  양은 대접에 숟가락 부딪는 소리가 달달거렸지만

  엄마는 꿈적 않고 뽀얀 국물을 내 입에 떠 넣었다

  괜찮다 어여 먹고 일어나기만 해라

 

  젖먹이를 친정에 맡긴 나는

  젖이 돌 때마다 몸살이 왔다 젖몸살 앓는 동안

  딸은 가슴을 앓았는가 보다

  일찍 젖 떨어진 딸은 자주 마음을 다친다

 

  마음 골골한 딸 입에 물릴 젖도 없고

  몰래 고아 먹일 씨암탉도 없는 나는

  잔기침하는 딸 밤새워 물수건이나 갈아주는 나는

  늦은 젖이 도는 듯 가슴이 저리다

 

  몸은 가운데부터 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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