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는
가랑잎 하나 날아와도 가운데부터 운다
병치레 잦은 나로, 애면글면하던 엄마는
할머니가 집 떠난 틈 타 씨암탉을 고았다
온다는 날보다 일찍 돌아온 할머니
악담이 창호지를 뚫고, 작은 심장을 뚫어
양은 대접에 숟가락 부딪는 소리가 달달거렸지만
엄마는 꿈적 않고 뽀얀 국물을 내 입에 떠 넣었다
괜찮다 어여 먹고 일어나기만 해라
젖먹이를 친정에 맡긴 나는
젖이 돌 때마다 몸살이 왔다 젖몸살 앓는 동안
딸은 가슴을 앓았는가 보다
일찍 젖 떨어진 딸은 자주 마음을 다친다
마음 골골한 딸 입에 물릴 젖도 없고
몰래 고아 먹일 씨암탉도 없는 나는
잔기침하는 딸 밤새워 물수건이나 갈아주는 나는
늦은 젖이 도는 듯 가슴이 저리다
몸은 가운데부터 운다
'좋은, 참 좋은-'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가족의 재구성 / 김연종 (0) | 2024.10.22 |
---|---|
눈물둑 - 어머니학교 57 / 이정록 (0) | 2024.10.21 |
오래된 약속 / 김대규 (0) | 2024.10.21 |
무엇이 지나가는가 / 문복주 (0) | 2024.10.21 |
빈집의 家系 / 박기섭 (0) | 2024.10.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