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면서 함부로 대했다면 바로 너다
하루가 아득히 슬프던 날 네 품에 안기면
먼 데서부터 선혈 낭자한 비명소리 들려 온다
얼마나 먼 오지의 땅에서 살과 뼈가 발려
너는 거죽만 남은 거냐
간도 쓸개도 바닥에 나동그라져
이불 홑청 같이 가벼워진 거냐
가죽 쇼파 새우잠 속에 들면
나는 한 마리 순한 암컷이 된다
어느 남자의 가슴 이리 넓어
내 몸 송두리째 받아줄까
사내들도 안기고 싶을 때 있다는 말 문득 떠올라
두 팔 가득 안아본다. 안고 가만 귀 기울이니
혀 짧은 소리로 옹알옹알 배냇소리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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