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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참 좋은-

달마도가 있는 모텔 / 안명옥

 

 

 

 

 

 

 

 

 

 

 

 

 

 

 

 

 

 

 

 

 

 

 

 

 

 

 

 

 

 

 

 

 

 

 

 

 

 

 

 

  자귀나무 졸참나무 갈참나무 굴참나무

  상수리나무 지나 동동주 마시고 가라는

  아우성을 지나 돌산 갓김치를 맛보라는 진주댁의

  웃음을 지나 암자 입구에 들어서니

  오던 비가 멈추고 해가 뜬다

  언덕마루 모텔을 지나고, 참 조은 모텔을 지나고

  처갓집 모텔을 지나고, 또 와 모텔을 지나고

  달마도가 있는 모텔을 지나다가

  동동주 한 잔 갓김치에 걸치고

  달마도가 있는 모텔에 들어 한잠 자고 싶어진다

  달마대사가 눈을 흡뜨고 내려다보는

  푸른 파도 끌어다 덮어 놓은 침대 위에서

  독경소리 분위기 음악으로 틀어 놓고

  법문을 듣는 마음으로 당신과 사랑을 나누리

  가끔씩 풍경소리 가슴에서 달랑거리고

  바다괭이갈매기 울음소리를 몸 안에 넣으면

  당신의 뜨거워진 심장이 연주하는 고둥소리

  당신의 숨소리가 물미역 같은 냄새를 피울 때

  섬 같은 우리들 마음 속에선 해삼이 자라리라

  생각만 해도 구수한 옥수수알 같은 웃음 지으며

  수평선이 간판으로 내걸린

  달마도 모텔에서 스님 한 분이 걸어나온다

  나는 해탈의 길과는 먼 일탈의 길을 들켜버린 듯

  멋쩍게 웃으며 달마도 모텔을 지나치다가

  자꾸 갈증이나 동동주를 연거푸 들이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