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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참 좋은-

가을 비망록 / 김인육

 

 

 

 

 

 

 

 

 

 

 

 

 

 

 

 

 

 

 

 

 

  최후의 자세를 생각하는 것이다

  서늘한 눈매로 서 있는 가을 나무는

  지는 해 저녁놀 곱게 물들이듯

  떠나는 모습이 아름답고 싶은 것이다

  한때 뜨겁게 사랑하지 않은 자 어디 있겠고

  마침내 결별이 아프지 않은 자 어디 있겠는가

  가을은 노랗게 혹은 발갛게

  울음의 색깔을 고르며 불꽃처럼

  마지막을 타오르고 있다

  빛나는 한때를 간직한 가을 나무는 알고 있다

  하나 둘 떨구는 이파리마다 그리운 이름들을

  호명하며 막막한 절망을 지워 가는 법을

  그 간절함의 빛깔로 눈 감아도 선연히

  되살아오는 얼굴들

  가슴 깊숙이 나이테로 새겨두는 법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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