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쩡하던 이가 시려오고 눈도 침침해진다 했더니
나보다 젊은 이가 내게 하는 말,
말을 안 해서 그렇지
진즉부터 그러려니 하고 산다네
처음 아플 때만 그렇지 이곳저곳 아프다 보면
이제 나빠지는 것도 삶의 일부려니 하고
그러려니 하고 산다네
지금까지 크게 안 아프고 살았다면 그거
퍽 괜찮게 산 삶이라네
몇 번 더 아파보고 죽을병도 아니고
어차피 피 끓는 청춘으로 돌아갈 수 없다면
그러려니 하고 산다네
나이 오십 줄 훌쩍 넘겨서야 비로소 깨닫는
만병통치약,
그러려니 ~
나도 이제 그러려니로 살겠네
세상이 왜 이 모양일까 하고 분노하지도 않겠네
사람 모여 사는 거 다 그러려니 하겠네
열심히 살다 보면
푸른 바람 불어올 날 있겠지 하며
그러려니 하고 살겠네
그러려니 하고 생각하니
막혀서 답답할 일 하나 없네
네 찡그린 얼굴도 이해가 되고
어젯밤 차디찬 네 말 화살도
내 가슴에 박히다 그만 꺾이고 마네
나 이제 그러려니가 되겠네
그대 기댈 수 있는 넓은 가슴 되고
모두에게 환한 그럴 수 있음이 되겠네
'좋은, 참 좋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입관(入棺) / 이병초 (0) | 2024.10.24 |
---|---|
가을 비망록 / 김인육 (0) | 2024.10.24 |
선운사 동백꽃 / 김용택 (0) | 2024.10.23 |
작은 기도 / 이정하 (0) | 2024.10.23 |
넥타이를 매면서 / 복효근 (0) | 2024.10.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