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돋보기를 써야 할
아무리 천천히 페달을 밟아도 기어이 당도하는
볼록렌즈 너머로 보이는 문신 같은 상처들
벌받는 시간에 기대 죄목 하나하나 읽어 내려간다
잘못 살아온 대가를 치러야 하는 아쉬움과
돋보기를 쓰기 전 투명하지 않았던 날들
삶이 잘 보였더라면 후회가 덜 했을까
저만치 꼿꼿한 욕심 렌즈 가까이 내려않고
초라한 시력 앞에서 이제는 알 것 같다
마음도 돋보기를 써야만 더 선명해지는 것을
하나씩 포기하고 두 개쯤은 접어두며
끝내 참지 못하는 속내 감추려 한다
확대경 위로 전해지는 죄(罪)를 반성하는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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