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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참 좋은-

까닭 없이도 끄떡없이 산다 / 이병승

 

 

 

 

 

 

 

 

 

 

 

 

 



 

 

 

 

 

 

 

 

 

 

 

 

 

  어제는 하루 종일 까닭 없이 죽고 싶었다
  까닭 없이 세상이 지겨웠고 까닭 없이 오그라들었다
  긴 잠을 자고 깬 오늘은 까닭 없이 살고 싶어졌다
  아무라도 안아주고 싶은 부드럽게 차오르는 마음

  죽겠다고 제초제를 먹고
  제 손으로 구급차를 부른 형,
  지금은 싱싱한 야채 트럭 몰고 전국을 떠돌고
  남편 미워 못 살겠다던 누이는
  영국까지 날아가 애 크는 재미로 산다며
  가족사진을 보내오고
  늙으면 죽어야지 죽어야지 하면서도
  고기반찬 없으면 삐지는 할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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