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운 게 없어서 놀 줄도 모르고
책을 읽거나 영화를 보거나 하는
고급 취미는 남의 나라 얘기인 어머니에게도
한 가지 놀이가 있다면 그건, 걷는 거다
건강을 위해 걷는 줄 알았는데
한 푼이라도 아끼려고 걷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다
바람처럼 걸으며 소녀처럼 웃는
어머니의 경쾌한 발걸음
뭐가 그렇게 좋으냐고 물어도
몰라, 그냥 좋으니까 좋은 거지,라는 대답밖엔
그러고 보니
어머니의 납작 신발 아래에
하얀 뭉게구름이 있고, 초원이 있었다
춤 같은 웃음이
신발 끝에서 터져 나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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