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줄도 없이 한 점 살점도 없이
천형(天刑)처럼 감추지도 못하는 알몸으로
겨우겨우 남의 살 속에 묻혀 침묵으로 견디고
끊임없이 구부러지고 부러지는 연명 속에서
화석처럼 남겨지는 생채기
이천 년 전 광야에서 메시아란 분도 만나고
수많은 장이들의 손으로 역사의 장 속에
활자처럼 박혀있다
스스로 한 걸음 떼지 못하는, 마치 박히면
전봇대마냥 세월을 지고 기다릴 뿐이지만
어느 날이면 나는 흔적도 없이
이 문명에서 떠날 것이다
철심으로의 소명을 마치고 나면, 아니
움직임 없는 자유에서 벗어나게 되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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