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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참 좋은-

외면 수습 / 하종오

 

 

 

 

 

 

 

 

 

 

 

 

 

 

 

 

 

 

 

 

 

 

 

 

 

 

  저녁밥 먹으려고 앉아 있을 때 내 몰골을 보면

  돼지다

  말을 하면 꿀꿀거리는 소리가 나고

  자세를 바꾸면 팔다리가 뒤룩거리면서

  돼지우리에 처박힌다

 

  이 상태를 바로잡으려고 내 몰골을 보면 황소다

  머리를 더듬으니 소뿔이 돋아나고

  발을 만지작거리니 소걸음으로 걷게 되어

  외양간에 들어간다

 

  잠자려고 방바닥에 누워 있을 때

  내 몰골을 다시 보면 천둥벌거숭이다

  어른들이 잔반으로 키운 돼지를 팔아서

  더 단 음식을 사 먹었고

  어른들에게 전 재산이던 소를 팔아서

  더 넓은 도시로 나왔다

 

  이런 내가 부끄러워

  이불을 뒤집어쓰고 뒤척거리다가 일어나면

  빈 돼지우리와 빈 외양간을 청소하던

  그 어른들의 모습이 되어

  한밤 내 나를 나무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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