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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참 좋은-

열쇠 / 정경란

 

 

 

 

 

 

 

 

 

 

 

 

 

 

 

 

 

 

 

 

 

  아이가 자꾸 열쇠를 잃어버린다.

  등짝을 때리고 새 열쇠를 만들어 건네준다

  뭔가 이야기를 하려던 아이가 성난 얼굴을 하더니

  훌쩍이며 그냥 밖으로 나간다.

  하루 종일 아이가 마음속에 들어앉아 운다.

  열쇠는 다시 복사하면 되는데……

  미안하다는 생각에 자꾸 집으로 전화하지만

  집은 텅 비어 있다.

  아이에게 건네준 것은 열쇠만이 아니다.

  퇴근해 왈칵, 서러움이 쏟아진다.

  아이는 어쩌면

  서러움에 대해 말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한동안 잊고 지낸 것이다.

  빈 집에 들어와 가장 먼저 불을 켜는 사람이

  바로 아이라는 것을.

  엄마도 아빠도 아이가 켠 불빛 보고

  집에 들어선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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