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냄비 속 조개처럼 바글거리던 백사장,
물새들이 겨울을 물어다 놓았다
소리도 없는 어둠이 다가와
가로등 하나, 둘 켜면 따라 내가 켜진다
저녁에 뉘인 몸 아침에 다시 일으킨다
무너지고 또 무너지기 위해 존재하는 파도 같은 것
돌멩이처럼 굴러다니는 대답 없는 질문을
발로 툭툭 찬다
멈추어버린 시계 하나 모래 속에서
빠끔히 얼굴 내민다
고장 난 세월이 거기 박혀 있다
그렇게 늘 밤은 지나고 아침을 위해
다시 분주한 그 날개마다의 빛살들 반짝인다
사랑은 이런 곳에서 더욱 선명해지지만
사람은 이런 곳에서 서성거리는 게 아니었다
두 개의 다리로는 지탱할 수 없어
네 개여야만 하는 나무의자를 방석 위에 앉힌다
의자도 한 번쯤은 앉을 수 있어야 하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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