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 달 동안 내 몸이 머물렀던 그 집
이젠 허물어야 한다고 기둥 뽑고 서까래 뭉개
허허 빈 땅이 되어야 한다고
재 수술 통보받으신 날 어머니는 눈빛 붉어지시네
뉘 집이라고 속 사정이야 없을까 마는
가슴 깊숙이 눈물로 묻은 어린 자식이 하나
먼 나라로 쫓기듯 도망친 자식이 하나
사십이 넘도록 혼자 밥 끓이는 자식이 하나
서둘러 커 버려 쉽사리 말 붙여지지 않는
큰 자식까지
어머니 두려움과 미안함 가득하시네
마른 귤껍질처럼 쪼글 한 손을 잡으며
애써 펴보는 어색한 미간 주름
다 잘 될 거예요 어머니 걱정 마세요
저녁 반주로 막걸리 한 병을 비우고
하릴없이 시집 몇 쪽을 읽다가 엎드려 묻는다
그렇게 너만 행복해도 되는 것인지.
- 정록성 시집 / 주옥같이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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