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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참 좋은-

물안개 피던 밤이었다네 / 김필녀

 

 

 

 

 

 

 

 

 

 

 

 

 

 

 

 

 

 

 

 

  비 그친 강가에 물안개 자욱했다네

  온몸 강물 위에 풀어놓고

  모든 것 품어 촉촉하게 적시던 밤

  우두커니 강둑에 서서 하염없이 상념에 빠졌다네

  떠밀려가는 세월 붙잡아 비밀한 사랑 하나

  만날 수 있다면,

  안개 자욱한 달밤이면 더욱 좋겠네

  희뿌연 안개로 휘장을 드리우고

  젖은 눈빛 아낌없이 주고받으며

  마지막 열정 다 타도록 밤을 새워

  흠뻑 온몸 적시고 싶었다네

  안개 걷히면 끝날 사랑이라 해도

  생각 속에 숨겨둘 사람이라 해도

  잊지 못할 사랑 한 번 해보고 싶었다네

  팍팍하던 가슴 흥건하게 젖어버린

  물안개 피는 아름다운 밤이었다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