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나이 80이 넘으면
땅이 몸을 마구 끌어당긴다
한쪽 다리를 들어 한 걸음 옮기려는 것뿐인데
산을 뿌리째 뽑아 옮기는 듯
그래서 키가 줄고 허리도 허물어진
그저 체중이 45킬로그램 나가는 엄마의 몸이
지나가다 내 팔에 툭, 걸리기라도 하면,
나까지 땅속까지 끌려 들어갈 것만 같다
깊이 묻혀 다시는 못 올라 올 것만 같다
비명을 지르며
나 혼자 멀리멀리 도망쳐버리고 싶어진다
노인과 둘이서 살아간다는 것은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두 사람이라 해도
땅이 마구마구 밑으로 잡아 당기면 -
- 시집 『읽었구나!』 -
'좋은, 참 좋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여자의 분홍빛 / 최소연 (0) | 2024.12.29 |
---|---|
내가 너를 잊어도 우주는 변하지 않는다 / 윤고영 (0) | 2024.12.29 |
겨울산 / 황지우 (0) | 2024.12.29 |
인생 / 소재호 (0) | 2024.12.29 |
느린 이별 / 이사라 (0) | 2024.12.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