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너를 잊는 건 시간문제다
봄날에 들판을 지나가는 바람처럼
한번 지나간 자리에 그 바람은 다시 오지를 않는다
청청한 하늘에 퍼져있는 나의 생각이
언제라고 정하지 못한 시간에 불현듯
너를 그리워할지 몰라도
햇살이 햇살을 베어 먹는다든지 아니면
아기의 손바닥 같은
나무랄 데 없는 그런 순수에 치여
생각은 생각으로만 그칠 뿐이다
내가 너를 잊는 건 시간문제다
기차를 타고 먼 길을 떠날 때처럼
눈앞에 들어오는 아름다운 순간도
지나고 나면 잠깐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다
복잡한 일상에 깊숙이 발을 담그고
삶의 질과 양을 저울질해 보기도 하지만
살아가는 몇 날의 가닥을 짚어보면
어두우면 가려지는 먼지처럼
참으로 부질없는 눈 떠 있는 바보가 되고
그러한 모순의 논리 뭉테기로 모아보면
내가 너를 잊어도 우주는 변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