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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참 좋은-

사스레피나무 / 노금선

 

 

 

 

 

 

 

 

 

 

 

 

 

 

 

 

 

 

 

 

 

 

 

 

 

 

 

    원하지 않는 꽃이어서 창밖이 어두워졌다

    세찬 바람을 딛고 가지 끝 다섯 번째 꽃망울이 터졌다

    어머니의 근심 어린 눈 속에는

    또 딸이냐고 눈 흘기던 시어머니와

    자식 복도 없다며 밤낮없이 술병을 든 남편이 있었다

    냉대 속에서도 아이는 울지 않고 잘 자랐다

    두 해쯤 지나 다시 낳은 튼실한 아들 덕에

    집안의 시름은 갔지만, 이듬해 딸아이는 잦은 기침으로

    쿨럭이다 사스레피나무 숲으로 떠나갔다

    어머니의 짜디짠 눈물 속에는

    사계절 사스레피나무가 엉켜 있었다

 

    4월, 연녹색 잎들이 피어났다 

    어머니는 사스레피나무 숲을 지나칠 때면, 

    잠시 멈춰 두 손을 모으곤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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