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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참 좋은-

낙타의 일생 / 공광규

 

 

 

 

 

 

 

 

 

 

 

 

 

 

 

 

 

 

 

 

 

 

 

 

 

   관광객을 등에 태운 여러 마리 낙타가

   땀을 뻘뻘 흘리며 초원과 사막을 오고 간다

   코에 꿴 줄을 잡은 깡마르고 작은 원주민이

   앞으로 끌면 앞으로 가고 뒤로 끌면 디로 간다

   줄을 사정없이 반복하며 빠르게 당기면

   낙타는 코가 찢어질 듯 아픈지 얼굴을 찡그리며

   얼른 땅에 무릎을 꿇어 사람을 내리고 태운다

   사람보다 덩치가 몇 배나 크고

   원래는 성질이 사납고 냄새가 고약한 짐승이라지만

   오랫동안 사람에게 길들여진 낙타는

   덩치 큰 머슴이 주인집 도련님에게 절절매듯

   사람에게 어떻게 해볼 도리가 없을 것이다

   가끔 굵고 긴 목으로 가죽통을 두드리듯

   울음인지 노래인지 반항인지 소리를 지르다가도

   다시 사람의 손에 끌려 앉고 서고 걷고 달린다

   어딘지 모르는 초원에 사람을 묻을 때

   낙타를 끌고 가서 어미 낙타가 보는 앞에서

   새끼 낙타를 죽이면 어김없이 무덤을 찾아낸다는

   슬픈 몸뚱이의 역사

   우리도 우리가 모르는 어떤 손에 코가 꿰어

   평생 땀을 뻘뻘 흘리며 끌려 다니다가

   사막에 버려지는 낙타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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