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담이 삭아
바람의 여린 한숨으로도 비틀 녹아.
바람 찬 북문이 열려 감이 안 된다는
그래서
자라지 못하고 나이만 들어버린 감나무에
버팀목 같은 흙담 한 모퉁이
바람도 막아주고 햇살도 받아주고
감은 없어도 잎은 해마다 푸르다.
엄마……
어머니 가시고 북풍 같은 세상 뜰에 어느 날
생각도 뭣도 아무것도 모르겠고
퍼질러 앉혀진 몸이 일어나기 힘들어
그대로 누워서 하늘만
‘아가 내게 기대렴’
바라보기에도 부스러질 작은 등을
햇살과 부드러운 바람을 한 보따리 풀고
내어주신다.
그리운 내 엄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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