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졸업하고부터
꼭 가본다 가본다 하곤 아직도 가보지 못한
삼천포에 가서 술 먹으면
왠지 술맛이 좋을 것 같다.
이제 사십도 중반을 넘겼으니
내 인생쯤인 듯한 깊숙이 들어간 포구
거기 거기서 쯤 억센 아줌씨가 잡아댕기는 손길 따라
갯비린내 펄펄 풍기는 어시장 한 귀퉁이에서
술 한 잔 하면 참 좋을 것 같다.
그 옆에 [낮술]이라는 시를 쓴 박두규와
그냥 시가 좋아서 따라나섰다는 또래 여자가 동석해
술값 걱정까지 덜어준다면
난 울면서 취할 때까지 술을 할 것 같다,
삼천포에서 결국 지나고 나면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을 알면서도
버리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얻지도 못한 것들
거기 삼천포에서 생각하며 술을 먹는다면
왠지 좋게 취할 것 같다,
그냥 먹어야지 싶어 첫 술 먹던
스무 살 때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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