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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참 좋은-

색동시월 / 이정록

 

 

 

 

 

 

 

 

 

 

 



 

 

 

 

 

 

 

 

 

 

   ​​미용실에 들렀는데 목수 여편네가 염장을 지르데.

   자기 신랑은 거시기가 없는 줄 알았다고.

   종일 먹줄 퉁기다 오줌 누곤 했으니

   거시기까지 몽땅 새카매서

   처음 봤을 때 자기도 모르게 거시길 뒤적거렸다고.

   그랬더니 시커먼 숲에서 쇠망치가 튀어나와

   지금까지 기절시키고 있다고.

   지는 처음부터 깐 년이라고,

   그게 이십 년 넘게 쉰내 풍기는 과부한테 할 소리여.

   머리 말던 정육점 마누라가 자기는 첫날 더 놀랐다고

   호들갑 떨더라고.

   거시기에 피딱지가 잔뜩 엉켜 붙어 있더라나.

   어데서 처녀를 보고 와서는 자기를  덤으로

   겸상시키는 줄 알았대.

   동네 뽕밭이며 물레방앗간이 지들 신혼 방이여?

   하루 종일 소 돼지 잡느라 피 묻은 속옷도

   갈아입지 못했다고 곰처럼 웃더라나.

   자기는 아직도 거시기에 피 칠갑을 하는 처녀라며

   찡긋대더라고. 그게 없는 년한테 씨부렁댈 소리냐고.

   근데 동생은 밤늦게까지 백묵 잡을 테니까

   거시기도 하얗겠다.

   단골집 주인은 백태 무성한 서글픔을

   내 술잔에 들이붓는 것이었다.

   모르는 소리 마요.

   분필이 흰색만 있는 게 아니에요.

   노랑도 있고 파랑도 있고 빨강도 있어요.

   그려 몰랐네. 색시는 좋겠다. 색동 자지하고 놀아서.

   술잔이 두둥실 떠오르는 색동 시월

   마지막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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