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잊은 냉장고 안 밀폐된 봉지,
그 안에 까놓은 지 오래된 마늘
하얗게 혈색을 잃고 쭈글쭈글 보타 버린
마늘의 침묵이 서슬 퍼런 비수를 키운다.
부드러운 흙에 뿌리 한 번 찌르지 못하고
옹색하게 차린 봉지 속 살림
끝내 시름시름 절명해야 할
기를 쓰고 밀어 올리는 저 맵고 아린 마늘 싹이
내 가슴을 찌르는데
내 마음 구석 어딘가에
햇볕 보지 못해 뿌리내리지 못하고
시린 칼날 숨기고 자라는 쉽게 뱉지 못한 말,
편견과 아집이 된 마늘씨 같은 것은 없는지
춥고 어두운 내 마음
어딘가가 쿡쿡 쑤셔 온다.
'좋은, 참 좋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즐거운 세탁 / 박영희 (0) | 2025.03.03 |
---|---|
겨울이 가면서 무어라고 하는지 / 장석남 (0) | 2025.03.03 |
겨울 비 / 양해선 (0) | 2025.03.03 |
불필요한 기도 / 박진홍 (0) | 2025.03.03 |
당신의 별난 식탐 / 이선영 (0) | 2025.03.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