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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참 좋은-

마늘 / 손수진

 

 

 

 

 

 

 

 

 

 

 

 

 

 

 

 

 

 

 

 

 

 

 

 

 

 

 


  오래 잊은 냉장고 안 밀폐된 봉지,

  그 안에 까놓은 지 오래된 마늘
  하얗게 혈색을 잃고 쭈글쭈글 보타 버린

  마늘의 침묵이 서슬 퍼런 비수를 키운다.

  부드러운 흙에 뿌리 한 번 찌르지 못하고
  옹색하게 차린 봉지 속 살림
  끝내 시름시름 절명해야 할
  기를 쓰고 밀어 올리는 저 맵고 아린 마늘 싹이
  내 가슴을 찌르는데

  내 마음 구석 어딘가에
  햇볕 보지 못해 뿌리내리지 못하고
  시린 칼날 숨기고 자라는 쉽게 뱉지 못한 말,
  편견과 아집이 된 마늘씨 같은 것은 없는지
  춥고 어두운 내 마음
  어딘가가 쿡쿡 쑤셔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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