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계집아이네 집 편지통에
크리스마스카드를 던져놓고 멀리서
지켜보던 때가 있었다
나는 카드를 따라 그 애의 안으로 들어가고 싶었다
그러나 해가 져도 그애는 나타나지 않았고
오랫동안 밖에서 서성거리던 나는
언젠가 그애가 멀리 시집갔다는 소리를 들었다
여자애들은 그렇게 시집을 갔다
아주 많은 세월이 지났고
또 나는 그애의 무엇 하나 건드리지 않았지만
사철나무 울타리에 몸을 감추고
누군가를 기다리던 한 소년을 생각하면
지금도 마음이 아리다
- 시집 <뿔을 적시며> 창비. -
'좋은, 참 좋은-'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고해성사 / 최영미 (0) | 2025.03.10 |
---|---|
백화점을 접수하라 / 안명옥 (0) | 2025.03.10 |
민들레 / 유안진 (0) | 2025.03.09 |
불나비 사랑 / 임영조 (0) | 2025.03.09 |
낮술과 거짓말 / 안명옥 (0) | 2025.03.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