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나무 그늘 경로당에서 윷을 노는
할머니들 주고받는 이야기 들린다
우리 동네에 아주 고급진 여관이 생겼잖아요?
낮에 부부가 가면 할인을 해준다네요
아주 성업 중이래요 호호 헐헐
바람에 푸른 나뭇잎 흔들리듯 한바탕 웃음 지나간다
12평 임대 아파트 동네에
고급진 여관이 생길 줄 누가 알았겠어요?
운동하러 간다면서 거길 가고
밥 먹으러 간다면서 거길 간다네요 호호 헐헐
바닷가 하얀 파도 같은 웃음이 또 핀다
방음도 안 되지,
애들은 벌컥벌컥 문 열어젖히지
좁아터진 방에서 노모까지 모시며 애쓰는데
부부가 가면 할인을 해준다는데 얼마나 좋아요?
하모하모, 고개를 끄덕끄덕
등나무 이파리에 비 듣는 소리 같은 웃음
망측하다 해도 그게 건강한 몸 밥 먹이는 이야기지요
하모요 밥보다 더 큰 건강은 없지요
할머니들 주고받는 이야기가 지금 막 생겨난 전설 같아서
몸 밥 먹이는 이야기 들려준다는 것이 대뜸
여보, 우리도 건강한 몸 밥 먹이러 가 보입시다
부부가 낮에 가면 할인을 해준다네요
홍옥처럼 빛나는 목소리로
말해버렸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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