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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참 좋은-

우포늪 통신 / 강경보

 

 

 

 

 

 

 

 

 

 

 

 

 

 

 

 

 

 

 

 

 

 

 

 

 

 

  저 왕버들 뿌리를 만져본 적 있니?

  일억 년도 넘은 우포늪이 말을 다 한다는데

  말이 샘물처럼 고여서 이제는 아예

  제 몸이 말이라고 그냥 그런 줄 알라고

  그때부터 마음의 생각들 어린 물풀로 올린다는데

  왕버들 뿌리 끝에는 이동통신기지국이 있어서

  어젯밤부터 물젖은 전파를 내 가슴에 쏘고 있다

  마름풀 가느다란 줄기가 팽팽하게 진동하면

  나는 겨드랑이 어디쯤서 추억의 소리 듣는데

  가려움은 피돌기를 따라 발끝까지 흐르는구나

  그래 알겠다,

  가시연 생이가래 개구리밥처럼 나도 한때는

  수생의 푸른 꿈 꾸었는지 몰라

  구로동 종각을 오가며 흔들리는 지하철에서

  왕버들 뿌리 같은 어머니에게서 뻗어 나와

  공기주머니 허파를 숨 쉬며 전송하노니,

  아직은 잘 살고 있습니다

  몸에서는 가끔

  자각자각自覺自覺 무심무심無心無心

  물소리도 나고요

 

                            - 시집,  우주물고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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