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사람은 안다
돼지꿈을 꾸고 복권 몇 장을
사가지고 있는 동안의 턱없는 설레임을
군 입대할 적 어머니가 병역수첩 맨 뒷장에
꼭꼭 접어 넣어주던 부적처럼
한 주 동안이 든든했다
더러는 남의 돼지꿈까지 사다가 복권을 샀다
당첨되지 않아도 좋았다
퇴근길 찬송가를 부르며 바구니를 내밀던
맹인에겐 한 푼도 주지 못했지만
복권을 갖고 있는 동안
복지국가 건설에 한몫했다는 자부심
아는 사람은 안다
거, 왜 표어도 있잖은가
"내가 산 복권 한 장 국민주택 벽돌 한 장"
버스표 파는 가판대 주택복권 진열칸 앞에서
두근대며 번호 맞춰보던 추억을,
술 취한 퇴근길
가끔은 내가 쌓는 남의 집들에 막혀
내 전셋집 돌아가는 길이 막막해도
돼지꿈속에서 한 주 동안 턱없이 행복했던 추억을
모르는 사람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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