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어등을 하나 얻었다
망망대해에서 삐끼질 하는 놈
수천 촉 아찔함을 쏘며 오징어 떼
후리는 놈 치곤 참 순하게 생긴 녀석이다
저녁이 오자
오두막엔 잘잘한 별들이 내려앉고
축항을 치는 파도소리 크다
백열등 알전구라도 빼고 끼워보고 싶었지만
어디에도 대갈통만한 녀석을 끼울 똥꼬는 없다
결국 시든 꽃을 뽑고 꽃병에 꽂았다
꽃병은 맙소사 하는 눈치였지만
이내 균형을 잡고 투명한 등을 환하게
떠받들더니 오색 깃발 펄럭이며
멋지게 출항했다
- 시집, 구룡포로 간다 中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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