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00개의 품목을 갖춘 편의점
24시간 환한 조명에 누군가의 잠이
아르바이트로 진열되고 불면을 구매한 사람들이
밤의 틈새로 드나든다
익숙한 손길로 한 사내가 컵라면에 물을 붓는다
뚜껑을 닫고 그가
우두커니 바라보는 3분은 어디일까
데우는데 단 20초
영양분 보다 염분이 더 많은
800원으로 허기진 위장을 채우는 시간
출, 퇴근을 겨냥한 편의점 터줏대감 삼각김밥
보란 듯 가운데 자리를 차지했다
유통기한을 이마에 붙인 상품처럼
처분해야할 시간을 들고 거리를 배회하는 도시가
남아도는 시간을 배설하는 곳
누군가의 편의를 위해 몇 푼으로
자신의 편의를 버려야하는 이곳
오늘도 편의점이 잠을 반납할 사람을 구하고 있다
도시의 꼭짓점
저 각이 아슬하다
'좋은, 참 좋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즐거운 장례식 / 강지희 (0) | 2025.04.13 |
---|---|
비 온 뒤 / 구민숙 (0) | 2025.04.13 |
어머니의 잡풀 / 백우선 (0) | 2025.04.13 |
북어 / 배우식 (0) | 2025.04.13 |
온돌방 / 조향미 (0) | 2025.04.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