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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참 좋은-

그까짓 거, 참 / 박봉준

 

 

 

 

 

 

 

 

 

 

 

 

 

 

 

 

 

 

 

 

 

 

 

 

 

 

 

 

 

 

  한날한시에 죽지 못한다면

  남은 사람들을 위해서 남자가 먼저 가야 한다는

  아내의 논리가 섭섭하기는 해도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런 아내가 딸네 집에 가서

  며칠째 오지 않고 잘 살고 있느냐고 전화했기에

  아주 잘 살고 있다고 무심코 대답했더니

  그럼 어디 한번 잘 살아 보라고 한다

  그까짓 거 전화 한 통화 때리면

  배달의 민족 달려오고 핸드폰만 있으면

  온종일 깨가 쏟아지는 세상

 

  그까짓 거 홀아비 친구들도 혼자서 사는데

  왜 못 살겠느냐마는 생각해 보니

  내가 한 번쯤 그 친구들이 꾹꾹 눈물을 가둬놓은

  호수의 바닥들 자세히 들여다본 적이 없다

 

  며칠 딸네 집에 간 아내를 기다리는

  아지랑이 같은 봄날. 허허

 

                           - 시집 『입술에 먼저 붙는 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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