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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참 좋은-

당신의 풀 / 최문자

 

 

 

 

 

 

 

 

 

 

 

 

 

 

 

 



 

 

 

 

 

  깊은 산에 다녀온 날은

  머리를 감아도 감아도 풀냄새가 났습니다.

  당신의 풀을 헤치다 돌아온 날은

  밤새 그 생풀에 마음을 베이다 베이다

  떨리는 사랑의 예감으로 블라우스 앞섶에

  풀얼룩 하나 깊어만 갔습니다.

  당신 속으로 깊어질수록 아찔한

  고통의 들판이 생기고 발버둥 칠수록 철없는

  풀꽃들이 오늘도 함부로 피어났습니다

  당신의 연둣빛 핏줄을 돌아 내 허리춤에서

  다시 돋아나는 풀

  아무도 모르지.

  내 속에 파묻힌 당신의 풀을.

 

                 -  시집 <나무고아원>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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