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이 다시 저 길로 살아서 왔으면 좋겠다
작년에 돌아가신 아버지가
다시 저 길로 살아서 왔으면 좋겠다
죽은 아들을 살려 떠메고 함께 웃으면서 왔으면 좋겠다
봐라 아버지란 자고로 이런 거다,
너털웃음에 큰소리를 치며 시끄럽게 왔으면 좋겠다
올해도 어김없이 꽃들은 다시 살아서 온다
달큰한 아버지의 술냄새처럼 꽃들은 온다
비틀비틀 온다
산 절로 물 절로, 흥얼흥얼 고래고래
노래를 부르며 온다
대문 앞 전등불 밝혀놓고 길 따라 가다보면
멀리 위태롭게 저 혼자 걸어오는 꽃
힘주어 부축하지 않으면 당장이라도 쓰러질
어깨 걸고 간신히 대문을 밀고 들어서면
놔라 이놈아!
호기를 부리다가 신발도 못 벗고 주저앉던 꽃
저녁밥도 잊은 채 자리끼 한 대접 머리맡에 놓고
잠이 들어버린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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