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도 기다려주지 않는 한밤중
정선역까지 밀려왔다면 강릉여인숙으로 가자
연탄재 부서진 마당엔 세상의 배꼽 같은
수도꼭지가 반짝이고
빙 둘러선 방들이 묶인 배처럼 흔들리는 곳
방금 광산에서 돌아온 긴 장화를 신은 어둠이
비린내 나는 소주를 권할 때
벽으로 바람이 통하고
머리 위엔 별자리가 보이는 난파선 수리소
어디에서나 뒷걸음질만 치다가
막장에 닿았을 때
청량리에서 기차 타고 정선으로 가자
강릉여인숙엔 오늘도 노란 불빛 새어나오는
방들이 불 시린 손님을 기다리며
서성이고 있을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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