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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참 좋은-

수제비 먹으러 가자는 말 / 이명운

 

 

 

 

 

 

 

 



 

 

 

 

 

 

 

 

 

 

 

   내 마음의 강가에 펄펄,

   쓸쓸한 눈이 내린다는 말이다

   유년의 강물 냄새에 흠뻑 젖고 싶다는 말이다

   곱게 뻗은 국수도 아니고 구성진 웨이브의

   라면도 아닌 수제비 먹으러 가자는 말

   나 오늘, 원초적이고 싶다는 말이다

   너덜너덜해지고 싶다는 뜻이다

   하루하루 달라지는 도시의 메뉴들

   오늘만은 입맛의 진화를 멈추고 강가에

   서고 싶다는 말이다

   어디선가 날아와 귓가를 스치고

   내 유년의 처마 끝에 다소곳이 앉는 말

   엉겁결에 튀어나온 수제비 먹으러 가자는 말

   뇌리 속에 잊혀져가는 어머니의 손맛을

   내 몸이 스스로 기억해낸 말이다

   나 오늘, 속살까지 뜨거워지고 싶다는 뜻이다

   오늘은 그냥, 수제비 어때,

   입맛이 없다는 말이 아니다

   당신, 오늘 외롭다는 말이다

   진짜 배고프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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