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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참 좋은-

어머니와 손 칼국수 / 이춘우

 

 

 

 

 

 

 

 

 

 

 

 

 

 

 

 

 

 

 

 

 

   어렵사리 살았던 그 시절

   긴 여름날 저녁 무렵

   손칼국수 만드시는 어머니의 손놀림에

   홍두깨가 바쁘다

   한 번은 좁은 밭뙈기 넓히듯

   두 번은 가난에 찌든 가슴 펴며

   세 번은 자식들 배불리 먹이려고

   둥글게, 넓게, 얇게

   배고픈 세월의 한가운데를 몇 번이고

   쥐락펴락한 후에 송송 썰어

   애호박, 건멸치 몇 마리 보탠다

   그날 저녁

   아버지도 형도 누나도 나도 삭인 것은

   가난이었고 나눈 것은 행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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