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렵사리 살았던 그 시절
긴 여름날 저녁 무렵
손칼국수 만드시는 어머니의 손놀림에
홍두깨가 바쁘다
한 번은 좁은 밭뙈기 넓히듯
두 번은 가난에 찌든 가슴 펴며
세 번은 자식들 배불리 먹이려고
둥글게, 넓게, 얇게
배고픈 세월의 한가운데를 몇 번이고
쥐락펴락한 후에 송송 썰어
애호박, 건멸치 몇 마리 보탠다
그날 저녁
아버지도 형도 누나도 나도 삭인 것은
가난이었고 나눈 것은 행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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