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껍질을 깨뜨리면 병아리고
누군가 껍질을 깨 주면 프라이야,
남자의 말에 나는 삐약삐약 웃었다.
나는 철딱서니 없는 병아리였다.
그 햇병아리를 녀석이 걷어찼다.
그때 걷어차인 자리가 아파 가끔 잠을 설친다.
자다 깨어 날계란으로 멍든 자리를 문지른다.
분명 녀석의 발길질에 내 껍질이 깨졌다.
프라이팬에 놓인 것처럼 심장이 뜨거웠고
소금 뿌린 자리가 쓰라렸다.
그와 헤어진 후 또 한 개의 흉터를 얻었다.
자라목에 두꺼운 안경을 낀 말대가리 녀석,
맞선에서 몇 번이나 차였는지 상처투성이였다.
그래 어디를 걷어 차줄까, 잠깐 방심하는 사이,
눈치 빠른 녀석이 먼저 박차고 일어섰다.
얼떨결에 나는 쩍 금이 갔다.
헛발질에도 쉽게 깨지던,
계란으로 바위 치던 시절
사랑은 내게 넘치거나 못 미쳤다.
번번이 달궈진 팬에 왈칵 쏟아졌다.
나는 한 번도 껍질을 깨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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