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 뒤뜰에 핀 찔레꽃처럼
괜시리 마음이 애지고 막막해지는 계집아이가 우리 반에 있었는데,
마주치면 쳐다보지도 못하고
지레 먼 논둑길을 도망치다 자꾸만 넘어지곤 했는데,
그런 날은 아니 그 다음 날은
무슨 죄나 지은 듯이 아예 학교도 작파한 채
산에서 놀다 기신기신 집으로 기어들곤 했는데,
열 살쯤이던가,
촛불을 들고 칠흑 같은 벽장 속에 들어가
종일토록 연필에 침을 묻혀 쓴 편지로나 말을 걸고 싶었던 것인데,
무슨 세상에
가장 어려운 말이라도 적혀 있었던지
졸업가를 부르는 순간까지도 건네지 못하고
손때만 잔뜩 묻은 걸 도로 벽장 깊숙이 감춰버렸던 것인데,
사십 년이 지난 지금도 그걸 생각하면
온통 마음이 환해지는 것이어서,
남몰래 지나온 세월을 거슬러 오르고 싶기도 한 것이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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