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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참 좋은-

두 잔 집 / 길상호

 

 

 


우리는 처음 만나는 사이,
아니 전생에 두 번쯤은 만난 적 있는 사이

창유리 먼지 낀 불빛에 홀려
지나간 이들처럼 탁자에 마주앉았네


찌개가 줄지도 않고 식어가는 동안
혓바닥 위에 들깨소금만 몇 알씩 털어 넣으며

옆 자리 사람들이 하나둘
희뿌연 김 속으로 사라지는 것도 알지 못했네


한 잔 또 한 잔 전생이 가까워질수록
소주병처럼 푸른 밤이 쌓여가고

주인 할머니는 윤회의 문턱을 드나들면서
몇 번이고 안주를 데워다 주었네


우리는 만난 적이 없는 사이,
아니 이미 전생에 두 번은 헤어진 사이

탁자 속 나뭇결을 한참 헤매다가
서로의 목소리를 놓치고 빙빙 돌다가

끊어진 대화를 이어가기 위해서는
또다시 두 잔의 술이 필요했네

 

              - 『시산맥』(2018, 봄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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