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닷없이 큰 곰이
천장까지 닿는 검은 그것이 나타나
우리 집 고양이를 아이들을 때려눕히고
나를 그러면?
함께 살자고 하면?
이 집 커튼을 찢고 들어와
돌이 된 내 심장을 두들기며 그러면 어떡하지?
창문의 불빛을 훔쳐보다가
느닷없이 현관문에 피아노에
차압 딱지를 붙이는 집달리처럼
11월 어느 날 무심한 곰의 얼굴로 들이닥쳐서
TV에서 배 두들기며 웃는 코미디언들
얼굴 위에 재를 뿌리고
소파 위에 내 손바닥 위에
뜨거운 석탄을 올려놓으면
그러면?
나는 내가 아닌 그 누가 되어
알 수 없는 말 중얼거리다
손바닥 발바닥이 뜨겁다고
느닷없이 창밖으로 몸을 던지고
나뭇가지에 걸려 울부짖다 흩어지고 흩어지고
그러다가
11월이 가고 다시는
오지 않는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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