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은 서랍 가득 낡은 브래지어가 쌓여 있다
어느 야산의 공동묘지처럼
구슬피 쌓여 있는 봉분들
제 명대로 세상을 누려보지 못하고
어느새 황홀하게 망가진,
가끔은 한없이 우스꽝스러운
욕정의 쭉정이 같은 것들
더 이상의 수치심도 없이
거실 바닥이나 욕실 세면대 위에
상스럽게 나앉아 있는
한때 어떤 것은 에로틱한 우상이었다
매력 없는 이 박색의 세상도 추근덕거려 보고 싶은
그렇게 실제보다 몽상의 사이즈를 더 부풀리는
몽실몽실한 마력의 봉우리였다
쾌락의 육질을 감싸 안은 황금빛 실루엣이었다
이제는 터지고, 해지고, 뭉개진
탄력의 감촉을 잃은 진무른 송장에 불과한
시골 어느 삼류화가의 싸구려 춘화처럼
흥분시킬 그 어떤 상징도 메타포도 없이
골방 구석지기에 천박한 자태로 누워 있는 흉물
단 한 번도 희비의 오르가즘에 도달해 보지 못하고
생매장당한 내 젊음의 불쾌한 흔적인
저 젖무덤들,
푹푹 썩어드는 저 황홀한 관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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