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구는 조용하다
수초들은 쓸쓸함을 잘 견딘다
물새들은 허공을 날며 길을 내고 길을 지운다
섬은 뭍이 그리운 게 아니라 제 몸이 그립다
나도 내가 그리워 배를 만져본다
남해가 동백을 꽃피우는 것은
정열이 솟구쳤기 때문이다
보고 또 보아도 물리지 않는 것이 바다다
붉은 동백 여관이 나를 머물게 했던 봄날
동백섬엔 동백다방도 있고
어디서 방울을 울리며 물새가 날아와
동백 여자를 여관에서 꼬셔낸다
나는 달병 든 여자와 살았지만
언제 내가 여자와 살았던가, 그런 느낌이다
나는 오래 머물 사람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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