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같은 사람 만나면
나도 나무가 되어 그의 곁에 서고 싶다.
그가 푸른 이파리로 흔들리면
나도 그의 이파리에 잠시 맺는 이슬이 되고 싶다.
그 둥치 땅 위에 세우고
그 잎새 하늘에 피워 놓고도
제 모습 땅속에 감추고 있는 뿌리 같은 사람 만나면
그의 안 보이는 마음 속에 놀 같은 방 한 칸 지어
그와 하룻밤 자고 싶다
햇빛 밝은 저자에 나가
비둘기처럼 어깨 여린 사람 만나면
수박색 속옷 한 벌 그에게 사주고
그의 버드나무 잎 같은 미소 한번 바라보고 싶다
갓 사온 시금치 다듬어 놓고
거울 앞에서 머리 빗는 시금치 같은 사람
접으면 손수건만 하고
펼치면 저녁놀 만한 가슴 지닌 사람
그가 걸어온 길, 발에 맞는 편상화
늦은 밤에 혼자서 엽록색 잉크로 편지를 쓰는 사람
그가 잠자리에 들 때
나는 혼자 불 켜진 방에 앉아
그의 치마 벗는 소리를 듣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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