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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참 좋은-

슬픈 빙하의 시대 2 / 허연

 

 



자리를 털고  일어나던 날

그 병과 헤어질 수 없다는 걸 알았다.

한번 앓았던 병은 집요한 이념처럼 사라지지 않는다

병의 한가운데 있을 때 차라리 행복했다.  

말 한마디가 힘겹고, 돌아눕는 것이 힘겨울 때

그때 나는 파란색이었다.

혼자 술을 먹는  사람들을 이해할 나이가 됐다.  그들의
식도를 타고 내려갈 비굴함과 설움이, 유행가 한 자락이
우주에서도 다 통할 것같이 보인다.  

만인의 평등과 만인의  행복이  베란다 홈통에서  쏟아지는  

물소리만큼이나 출처불명이라는 것까지 안다.

내 나이에 이젠 모든 죄가 다 어울린다는 것도 안다.

무상 배임,  공금횡령, 변호사법 위반.  뭘 갖다 붙여도

어울린다.  

때 묻은 나이다.  

죄와 어울리는 나이.

나와 내 친구들은 이제 죄와 잘 어울린다.
  
안된 일이지만 청춘은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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