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리를 털고 일어나던 날
그 병과 헤어질 수 없다는 걸 알았다.
한번 앓았던 병은 집요한 이념처럼 사라지지 않는다
병의 한가운데 있을 때 차라리 행복했다.
말 한마디가 힘겹고, 돌아눕는 것이 힘겨울 때
그때 나는 파란색이었다.
혼자 술을 먹는 사람들을 이해할 나이가 됐다. 그들의
식도를 타고 내려갈 비굴함과 설움이, 유행가 한 자락이
우주에서도 다 통할 것같이 보인다.
만인의 평등과 만인의 행복이 베란다 홈통에서 쏟아지는
물소리만큼이나 출처불명이라는 것까지 안다.
내 나이에 이젠 모든 죄가 다 어울린다는 것도 안다.
업무상 배임, 공금횡령, 변호사법 위반. 뭘 갖다 붙여도
다 어울린다.
때 묻은 나이다.
죄와 어울리는 나이.
나와 내 친구들은 이제 죄와 잘 어울린다.
안된 일이지만 청춘은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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