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밥 타는 냄새, 이 얼마만이냐!
일제 코끼리표 전기밥솥이 들어와 자동 전기밥솥이
보편화되면서 밥 타는 냄새를 빼앗아가기 시작하더니
이 땅에서 밥 타는 냄새가 사라졌던 것이다
갑자기 밥 타는 냄새에 옛날의 온갖 것들이
왈칵 머릿속으로 쏟아져 들어왔다
저고리 앞섶 끝동에 까망 때가 묻었던 엄마 적삼, 백동 숟가락,
이가 빠진 얼레빗, 삼베 행주, 때 묻은 코고무신
양은 냄비의 밥 타는 냄새는 짝퉁이다
기실 진짜 밥 타는 냄새는 그으름이 잔뜩
그슬은 초갓집 부엌에다 무쇠솥 턱하니
걸쳐 놓고 청솔깝으로 불을 때서 타는 밥냄새
라야 하는 것이다
참 오랫만에 뉘 집 신참 며느리가 밥을
태우는지 밥 타는 냄새가 진동을 하는데
아파트 층층마다 구수한 보리숭늉 한 대접
씩을 나누는 이런 보시가 또 있을라
- <대구> (황금알, 2012) -
'좋은, 참 좋은-' 카테고리의 다른 글
독신자 / 최금진 (0) | 2022.07.06 |
---|---|
라면 / 김금란 (0) | 2022.07.05 |
슬픈 빙하의 시대 2 / 허연 (0) | 2022.07.05 |
여름 일기 1 / 이해인 (0) | 2022.07.05 |
그리운 연어 / 박이화 (0) | 2022.07.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