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수할까 봐 두려워
아무데나 쏘다니는 개들과 흘레붙어
개똥참외처럼 천한 씨나 퍼트릴까 봐
함부로 해탈해버릴까 봐
밤에 혼자 자다가 연탄가스처럼 피어 증발할까 봐
혹시라도 문득 더 살고 싶어질까 봐
닫힌 이웃집 대문이라도 엉금엉금 기어가
살려 달라고, 병원에 데려다 달라고 울게 될까 봐
애원하게 될까 봐
날 사랑하는 이들, 날 버린 이들을 그리워할까 봐
손목을 그으며
내가 저지른 모든 일들이 후회될까 봐 두려워
하지만 그것만이 다는 아니야
내가 우는 이유가
그것만이 다는 아니야
- 2001년 창작과 비평으로 등단, 2008 시에 겨울호 발표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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