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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참 좋은-

아버지의 등 / 정철훈

 


 

만취한 아버지가

자정 너머 휘적휘적 들어서던 소리

마루바닥에 쿵, 하고 고목 쓰러지던 소리

 

숨을 죽이다

한참만에 나가보았다

거기 세상을 등지듯 모로 눕힌

아버지의 검은 등짝

아버지는 왜 모든 꿈을 꺼버렸을까

 

사람은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

검은 등짝은 말이 없고

삽십 년이나 지난 어느 날

아버지처럼 휘적휘적 귀가한 나 또한

다 큰 자식들에게

내 서러운 등짝을 들키고 말았다

 

슬며시 홑청이불을 덮어주고 가는

딸년 땜에 일부러 코를 고는데

바로 그 손길로 내가 아버지를 묻고

나 또한 그렇게 묻힐 것이니

 

아버지가 내게 물려준 서러운 등짝

사람은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

검은 등짝은 말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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