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귀에서 애월까지 구비진 길을 지나
하얀 이 드러낸 어부의 웃음이
생선 비늘처럼 활짝 날리는 한림항도 지나
가슴 찔리기 좋은 각도에 멈춰 선 노을 앞에서
그대를 바라본다
만날 수 없어서 더 애틋한
사랑 하나쯤 있어도 좋겠지
평생 그리워만 해도 좋을
그런 섬 하나쯤 남겨두어도 좋겠지
손을 뻗어도 잡히지 않고
끝내 다다르지 못해도 좋은
촉수 낮은 등불이 하나둘 켜질 때까지
지켜보다 그냥 돌아서도 좋은
- 이종형,『꽃보다 먼저 다녀간 이름들』(삶창, 20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