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의 길들은 섬 밖으로 나가지 않는다.
유동마을 덕동마을 도동마을 대송마을 돌아오는데
내 마음도 꼬아 샛길 치며 꼬리 감추는 길
녹음 속 바람 아래 낮은 지붕들을 묶거나
등이 휜 灣에 내려가 작은 고깃배를 푼다.
혹은 후박나무꽃 향기의 숱한 파도 소리로 풀려서
그 노래가 밀어올린 저 절벽 꼭대기
야생으로 나간 염소들이 몰래 몰려 있다.
섬의 길들은 섬 안으로 되돌아간다.
- 문인수,『동강의 높은 새』(세계사, 2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