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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참 좋은-

달빛

 

- 풍기에서 -

 

 

영춘 봉화 풍기 영주

소백산 가까운 이 산속 장터 치고

책보따리 지고 메고 그의 발길 가 머물지 않은 곳 없다

좌판 벌이는 자리는 정해져서

좀약 플라스틱 옷걸이 따위 잡화전 뒷전

여러 해째 동무된 할머니들은 파수마다 용케 찾아오고

박씨전 한 대목 신바람 나게 읊다 보면

하루 장은 늘 짧기만 하다

해 기울면 십 년 단골 찾아들어가 국밥 한 그릇 말고

윗목 한귀퉁이 새우잠으로 누우니

그게 바로 그의 집이다

누가 그의 삶을 고닯다 하느냐

밤중에 한번 눈떠보아라

싸늘한 달빛에 어른대는 산읍 외진 거리에 서보아라

사람이 사는 일 다 그와 같거니

웃고 우는 일 다 그와 같거니

 

                                             - 신경림 시집  "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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